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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중간착취 실상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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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nigimi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371회 등록일 0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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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에서 현대모비스 하청 직원들의 비밀이 쏟아져 나왔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의 협력업체(일명 하청업체)인 K기업에서 2003년 3월 24일부터 5월 8일까지 근무하다 해고된 이영도(40)씨는 부당 해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5월 27일부터 현대모비스 내에 위치한 K기업 휴게실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대모비스 내에는 K기업을 비롯한 협력업체가 입주해 있었다.

이영도씨가 입사한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해고된 이유는 '근무태도 불량'. 그러나 노동부 조사에서 K기업은 "민주노총 울산본부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문제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씨는 농성을 계속하던 가운데 협력업체 직원들이 5월말부터 대량으로 서류를 파기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처음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서류를 들어 나와서 찢고 버리고 해서 '또 어떤 업체가 쫓겨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서류를 갖다 버리는 거예요. 뭔가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서류가 파기되는 상황을 이상하게 여긴 이씨는 6월 3일 밤 쓰레기통을 뒤져 쓰레기 봉투 5개 분량의 파기된 문서를 발견하고 현대자동차노조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위원회와 함께 분류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버려진 문서들 사이에 서로 다른 급료대장을 발견했다.

K기업이 쓰레기통에 버린 문서들 속에서 두 종류의 급료 대장이 포함돼 있었다. '2000년 10월 급료지급대장'이라고 적힌 명세표에는 하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연장근무, 특근을 포함한 근무 시간과 근속수당, 가족수당, 생산장려수당, 교통비가 상세하게 명시돼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에 똑같은 시간을 근무한 직원의 급여가 다르게 명시된 또다른 '2000년 10월 급료지급대장'이 발견됐다.(편의상 실지급액이 낮은 급여지급대장을 자료Ⅰ이라고 하고, 높은 급여지급대장을 자료Ⅱ라고 하자.)

97년 6월에 입사한 A씨는 자료Ⅰ에서는 시급이 2620원이라고 적시돼 있지만, 자료Ⅱ에는 시급이 3180원라고 적혀있다. A씨의 월급(실지급액)은 자료Ⅰ에는 91만8780원이지만, 자료Ⅱ에는 110만9420원으로 금액 차이가 19만이나 된다.

A씨 뿐 아니라 60여명이 넘는 직원들이 평균 10~20만원, 많게는 30만원까지 실지급액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같은 차이는 2000년 10월 급료대상에서만 확인된 것이 아니다. 2001일 2월 급료지급대장 역시 두 종류가 만들어졌고 금액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하청 업체의 한 직원이 사인을 한 문서에는 57만5050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또 다른 월급 대장에서는 69만44000원이 적시됐다. 12만원 정도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현대모비스 협력업체인 K기업이 이같은 '이중장부'를 만든 증거는 다른 문서에서도 확인된다. 2002년 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서에서 K기업은 '시급'과 '정공 시급'이라고 항목을 나누었는데, 둘 사이에 평균 300~500원 가량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K기업이 굳이 '정공 시급' 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이유는 현대정공이 현대모비스로 이름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중 장부에 따르면, 2001년 1월부터 10월까지 K기업이 지급한 실제지급 금액과 현대모비스에 청구한 것으로 보이는 금액과는 무려 1억507만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가 2003년 공개한 임율표에 따르면 협력업체의 이율은 월급여×9%로 책정하고 있다. 임율표에 보장된 이윤이 한 사람 당 9만9629원으로 60명을 고용하는 하청업주는 매월 597만7740원(60×9만 9629)을 합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도 현대자동차의 임율표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협력업체는 매출액의 8.9%를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K기업측은 몇 차례 확인을 요청했지만 "담당자가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반면 K기업과 계약한 현대모비스 인사노무팀 관계자는 순순히 "실제로 이중장부가 작성된 것을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중장부가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왜냐하면 현대자동차와는 달리 현대모비스는 도급계약 당시 인원수를 기준으로 삼는 임률 도급이 아니라 물량 도급을 맺고 있다는 것. 따라서 계약금을 올려 받기 위해서 소위 '가짜 장부'를 작성하고 있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은 자기들이 관여할 사항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이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계약금을 올려 받기 위해서 시급과 기타 수당을 올려서 청구하고 있다"면서 "인건비 문제는 협력업체와 거기에 근무하는 직원들간의 문제이지 현대모비스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다고 말한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노조 현대모비스 지부에 공문을 보내 이영도씨가 모은 쓰레기를 돌려달라고 정식 공문까지 보냈다가 노조가 "협력업체 쓰레기까지 현대모비스가 관리하냐"고 반발하자 K기업을 통해 다시 쓰레기를 돌려달라는 공문을 보낸바 있다.

이중 장부도 괜찮다?

현대모비스는 하청업체의 이중장부에 대해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현대모비스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대모비스 주변에서는 월급 이중 장부가 K기업에만 국한된 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에서 관리하는 울산에 있는 협력업체만 20여 개이고, 하청노동자들만 해도 800여명에 이른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2500여명이 넘는 하청 노동자들이 현대모비스에 근무하고 있다. 2500여명 하청 노동자의 한달 월급 차이를 최소 10만원만 잡아도 현대 모비스는 한달에 2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고스란히 하청업체 주머니로 넣어주고 있는 셈이 된다.

현대모비스 노조 관계자는 "하청업체 직원들 사이에는 오래 전부터 월급 중간 착복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하청업체와 현대모비스 사이에 상납고리가 있지 않고는 월급 이중장부가 인정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에서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윤인섭 변호사는 "현대 모비스에서는 자신들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물량으로 하도급 하면서 왜 시급 장부를 만들어 제출케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현대 모비스는 사기를 방조한 것이고, 이중 장부는 근로기준법상 중간 착취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바탕으로 6월중으로 검찰과 노동부에 고발장을 접수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03/06/24 오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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