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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사설]비정규직에 대한 ‘비정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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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friend0220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420회 등록일 0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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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가 땅에 묻혔다.
남은 사람들은 그의 정규직을 향한 꿈도 함께 묻어야 했다.
1100일 넘게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며 싸우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조원 중의 한 명이었던 권명희씨.
그는 2006년 1월 해고되었다.
그리고 넉 달 뒤에 위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발병 사실을 숨기고 투쟁에 동참했다.
투병생활 중에도 병세가 호전되면 농성장에 나타났다.
함께 싸우지 못해 미안해했다고 한다.
동료들은 지난 27일 생전에 그가 그토록 들어가 보고 싶어했던, 자신의 일터였던 기륭전자 앞에서 노제를 지냈다.
그리고 “이제 그만 비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길은 편할 것 같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 어떤 희망의 조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기륭전자 노조원들의 투쟁은 실로 눈물겨웠다.
삭발, 3보1배, 노숙, 고공투쟁, 단식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싸웠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들이 투쟁의 강도를 높였는데도 사회의 관심은 오히려 엷어져갔다.
정부는 중재를 포기하고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동조 투쟁도, 일반인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기륭전자 농성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노조원이 죽음에 이르렀는데도 기륭전자의 기계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무관심이 비정규직 850만명 시대의 고착화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들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집단적 체념’이라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노동은 인간의 가장 성스러운 행위이다.
노동의 기회를 빼앗고, 노동의 가치를 차별하는 것은 돈이 아닌 인권의 문제이다.
암보다 비정규직이 더 아프고 서러웠던 권명희씨.
그가 떠난 자리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정한 침묵을 규탄하는 바이다.
노동 차별은 죄악이다.
[출처] [사설]비정규직에 대한 ‘비정한 침묵’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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