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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인, 머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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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friend0220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9,189회 등록일 -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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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인, 머슴이 아니다

[월간 말 11월호] 우리이웃 - 대형 건물 시설관리하는 감단직 노동자

글 이동권 기자 lee@mal.co.kr·사진 김철수기자 kcs@mal.co.kr

가까운 친척 어르신은 아파트 경비원이다. 언제나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입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넉살 좋은 할아버지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조금은 변했나 싶었지만 웬일인지 더욱 인사성이 밝아졌다. 아파트 주민들의 목소리가 드세진 까닭이다.

2007년 무렵이랬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시행돼, 경비원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액의 70를 지급할 때부터다. 이전에는 임금이 50~60만 원에 불과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3분의 1가량의 경비원들을 해고하면서 임금 인상분을 해결해버렸다. 주민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갈리는 게 아파트 경비라지만 남아 있는 사람도, 해고당한 사람도 모두 힘들게 하는 야박한 처사였다.

어르신은 월급이 올랐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심적 부담감이 컸다. 게다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떠나면서 노동 강도가 더욱 심해져 만성 디스크까지 도졌다.

이제는 ‘경비’ 이외의 업무까지 군소리 없이 도맡아 해야 한다. 하다못해 단지 인근을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도 줍고,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쓰레기도 정리한다.

그래도 주민들은 마땅치 않은 표정이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 이것, 저것 시키는 말투도 너무 태연스럽다.

‘자본’의 무서운 잔인성일까. 사람들의 얼굴에는 가슴을 읽을 수 없는 시커먼 가면이 씌어 있다.

올해는 경비원 임금이 최저임금액의 80로 올랐다. 올랐다고 해봤자 고작 70여 만 원, 이 때문에 또 누군가는 해직이 됐을 것이다.

후줄근한 직복을 입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어르신이 애처롭다. 가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경비실에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온다. 이제는 그만 하실 때도 됐지만 자식들에게 손 벌리며 살기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이번 달 우리이웃은 아파트, 빌딩, 호텔 등 대형건물에서 일하는 시설관리직 노동자다. 아파트 경비원 이야기는 방송과 뉴스에서 워낙 많이 보도돼, 주상복합건물 지하에서 일하는 전기·냉난방 기술자들을 만났다.



직접 시설관리를 하고 있는 건물 앞에 앉아서.ⓒ 월간 말


‘막무가내’ 입주민들

날씨가 몹시 나쁜 날, 전화벨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전기 기술자 윤정수(37) 주임이 급한 마음에 수화기를 들었다. “0000호에요. 얼른 와주세요.” 역시 입주민이 다짜고짜 올라오라는 전화였다. 배선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몰라 재빠르게 엘리베이터를 세웠다.

윤 주임이 인터폰 벨을 누르자마자 입주민이 성급하게 문을 열어젖히고 나오면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불이 안 들어와요. 전등 좀 갈아주세요.”

윤 주임은 힘이 쭉 빠졌다. 하지만 혹시라도 짜증을 더 낼까 싶어 등갓을 벗기고 백열등을 새 것으로 갈아줬다. 그제야 입주민은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하지만 건성이었다. 전등이 떨어진 게 윤 주임 때문도, 누구에게 탓할 문제도 아니었지만 입주민의 태도는 너무도 무성의했다.

하루에도 이런 일을 몇 차례 겪고 있는 윤 주임은 요즘 ‘내가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자주 빠진다. 실망을 한다거나 비통한 기분에 젖는 것이 아니다.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한 ‘자괴감’이다. 마음을 바꿔보려고도 했고 침착하게, 냉정하게 따져도 보았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었다.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윤 주임은 가쁜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얼른 올라와’이다. 막무가내다. 지금까지의 말투로 봐서는 ‘진상’ 입주민이 분명했다. 윤 주임은 두 손을 조용히 무릎에 포개고 심호흡을 했다. 언짢은 기분을 수습하기 위해서다.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월급을 받는 게 죄일까. 윤 주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순간 오만가지 상상에 빠진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속을 후벼 파는 건, 생존을 위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을 선택했던 미운 자신이었다.

“시설관리는 공용부분을 책임지는 일이에요. 세대에서 발생한 문제는 입주민이 직접 해결해야 하죠. 그래서 시설 내부가 파손되면 자기 돈을 들여서 고장 난 것을 고쳐야 한다고 설명을 드려요. 그래도 말이 안 통해요. 무조건 호출이에요. 해달라고 화를 내요. 대화가 되지 않는 입주민이다 싶으면 어느 정도 들어줘요. 이후에 생기게 될 말썽이 지겹거든요.”

이러한 모멸감은 회사와 직원, 소장과 직원 관계에서도 간간이 벌어진다. 채용면접을 보면서부터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성의 없는 말투, 형식적인 면접, 구직자를 무시하는 관리자의 태도 때문에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이중으로 가슴앓이를 한다.

5년 동안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면접을 많이 봤는데 반말로 면접 보는 사람, 세워놓고 딴 일 하는 사람 등 근무나 급여 조건은 얘기하지 않으면서 결정하라고 하는 사람, 여러 사람들을 만났어요. 아무리 이직률이 높고, 가방끈이 짧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줘야 하지 않나요. 이런 분위기가 입주민들이 직원들을 무시하고 깔보게 만드는 원인도 있다고 생각해요. 채용이 돼 일을 하면서도 욕하고, 무시하고, 노예를 부리듯이 고압적으로 대하는 분들도 많아요. 지금 일하는 곳은 소장님도 친절하고, 직원들 분위기도 좋아서 계속 다니고 있어요. 쉬는 날 없이 매일 돌아가는 교대근무도 힘들고, 입주민들이 괴롭혀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그나마 참을 만해요.”



김영호 주임과 박승복 기사가 설비를 정비하고 있는 모습.ⓒ 월간 말


우리가 머슴이냐?

전기기술자 김영호(40) 주임은 몹시 흥분해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머릿속은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 같았고, 참한 외모와 대조적으로 눈빛은 격해 있었다. 15년 동안 입주민들에게 시달렸던 경험이 주마등처럼 스친 까닭이다. 그는 가정을 책임질 형편이 못돼 아직까지 결혼조차 미룬 상태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더 이상 말해서 뭘 하냐’는 듯 말꼬리마다 탄식이 묻어난다. 변하지 않을 것에 대한 ‘피로감’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언제라도 이 바닥을 떠날 준비가 돼 있는 사람 같았다.

“입주민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하인’ ‘머슴’ 취급해요. 대부분 그래요. ‘내가 관리비를 내서 너희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서죠.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이 아니지만 콘센트도 고쳐주고, 전등도 갈아주고, 별 일을 다 해요. 인격적인 대우요? 그런 건 없어요.”

입주민의 요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집 앞 복도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서 복도 전등은 격등 제어를 해요. 자기 집 앞에 전등이 주간에 켜 있으면, 야간에는 꺼지게 되죠. 그런 사실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는데도 화를 내요. 왜 자기 집 앞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느냐고요. 세대 이기주의예요.”

곁에서 김 주임의 얘기를 듣던 오원섭(52) 소장이 그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듯 한마디 거든다.

“김 주임이 얘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입주민 대부분은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을 우리가 상대하기 때문에 대부분 그런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하지만 이 생활을 하면서 ‘모두들 도덕 재무장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냉난방 기술자 박승복(28) 기사는 ‘춥다’고 항의하는 입주민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입주민들의 민원을 친절하게 응대해도 돌아오는 것은 강한 불평뿐. 박 기사는 별다른 내색 없이 찬찬하게 심정을 털어놓았지만 간간이 내쉬는 한숨만은 감춰지지 않았다.

“다른 집은 따뜻한데 왜 우리 집만 춥냐고 항의해요. 점검을 해보면 장비에 이상한 게 없어요. 이럴 때 참 난감해요. 이 건물은 전체 난방이에요. 똑같이 난방이 들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체감온도는 모두 달라요. 같은 온도에서도 누구는 춥고, 더울 수 있지요. 그런 점을 대다수 입주민들이 이해를 못해요. 자기 집만 춥다고 강하게 말해요. 말로는 설득이 어려워요. 일일이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해줄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이해를 못하는 입주민들은 관리비를 내지 않겠다고 화를 내요.”

이 정도까지 일이 벌어지면 오 소장이 직접 나서서 입주민들을 설득한다.

“최대한 이해를 시키려고 노력해요.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법적으로 가압류 처리하면 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 해결하도록 노력하죠. 대부분 해결되는데 그래도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참.”



감단직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지하2층 사무실.ⓒ 월간 말


입주자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해고

시설관리 기술자들은 건물에 이상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조치를 취하고, 입주 세대들의 민원을 해결한다. 이와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감시적, 단속적 노동자라고 부르는데, 보통 경비원 같은 사람을 감시적 노동자, 전기·냉난방 기술자들을 단속적 노동자로 부르며, 이들을 통틀어 ‘감단직 노동자’라고 한다.

회사는 전기·냉난방 기술자를 채용하면 즉시 노동부에 신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직률이 높고, 신고마저 들쑥날쑥해 현재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04년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감단직 노동자는 33만4,846명이다.

감단직은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그 어떤 현장보다 근무조건이 열악하다. 근무시간도 회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연장·휴일 근로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곳이 많다. 최저임금법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 급여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다른 노동자와 달리 노동 강도가 세지 않고 업무가 지속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때문에 취재를 하는 동안 이들 사이에서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업무 특성상 가능하지 않다’는 등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부당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한마음이었다.

허규행(49) 과장도 해고 얘기가 나오자 가슴이 답답한 듯 보였다. 허 과장이 일하는 건물은 하루 12시간 주·야·비 3교대 근무. 소장 다음으로 시설관리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그는 아침 8시에 출근해 전날 발생했던 상황을 보고 받고 하루 업무 스케줄을 결재한 뒤 건물 순찰을 돈다. 시설관리직의 근무 여건은 건물마다 천차만별. 24시간 당직, 격일제, 2교대, 3교대, 4교대 등 여러 가지다.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경우가 있죠. 아파트 부녀회처럼 이곳도 입주민들의 입김이 세거든요. 관리소장 평균 근무일이 채 1년도 되지 않아요. 이게 말이 되나요. 본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입주민에 의해서 좌우되기 때문이에요. 세대 문제는 입주민이 해결해야 하지만 그래도 들어줄 수밖에 없어요. 하다못해 전등 갈아 끼우는 것도 그래요. 해주지 않으면 ‘주인 말 안 들어’ ‘건방져’라고 해고해 버려요. 해결 방법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퇴사하게 돼 있어요. 관리업체가 바뀌어도 불안해요. 관리자가 측근을 세우기 때문이에요. 구시대적인 면이 있어요. 비정규직의 설움이기도 하고요.”

오 소장도 할 말이 많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요. 입주민과 시설업체는 상호보완하고 가족처럼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갑을관계라서 입주민들이 해고하자면 그냥 털고 나가는 방법밖에 없지요. 그래서 관리업체를 바꿀 때도 (함부로 바꾸지 못하게) 입주민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입주자 대표가 도와주는 분도 있는데, 무작정 입주자 편을 들면 방법이 없어요. 나가야만 해결되지요. 건물유지관리는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해요. 건물관리를 잘못하면 입주민도 그렇지만 국가적으로도 손해예요.”

감단직 노동자들은 용역회사 직원들이지만 건물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의 지시에 따라 일한다. 이중으로 지휘를 받는 구조다. 그래서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을 시켜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하기 싫으면 그만 둬야 한다. 게다가 입주민들은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해고시켜버리면 된다. 그래서 감단직 노동자들은 전등도 갈고, 변기도 뚫고, 입주민들의 사적인 민원까지 해결해주고 있다.



허규행 과장이 건물의 이상유무를 체크하면서 업무를 지시하고 있다.ⓒ 월간 말


비전은 없지만 꿈은 있다

김 주임은 전기과를 나왔다. 처음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했지만 주거가 안정적이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일이 많아 시설관리를 시작했다. 올해로 경력 15년. 하지만 그는 시설관리는 “비전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IMF 전에 전기 분야는 전망이 좋았는데, 이후에 업체들이 과다경쟁으로 단가가 낮아지면서 임금이 뚝 떨어졌어요. 90년 중반에는 임금이 1인당 국민소득의 70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50거든요. 그래서 이직률이 높아요. 또 예전에는 직영도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위탁도급이이요. 매년 계약을 해야 하죠. 저는 젊었을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는데 누가 한다고 하면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아는 분의 권유로 시설관리를 시작한 허 과장은 아직 경력이 많지 않아 담담한 표정이다. 하지만 시설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설관리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래도 자격증이 있으니까 이 일을 할 수 있었죠. 시설관리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곳이 없어요. 대부분 아는 사람의 권유나 알음알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공이 천차만별이에요. 전기 쪽은 학교마다 학과가 개설돼 있어서 시설관리로 바로 오지만요.”

박 기사는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시설관리를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일한다.

“지하에서 일하니까 답답해요. 업무가 힘든 것은 없지만 기분이 처지죠.”

박 기사는 주로 지하 2층과 3층에서 일한다. 지하 2층은 10평 남짓한 사무실로, 전체 건물의 전선과 배관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지하 3층에는 보일러와 각종 설비시설, 거대한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곳은 소음이 꽤 큰 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하실과는 달리 깨끗한 편이었다.

“저는 시설관리를 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제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어서 자격증 공부에 신경을 쓰고 있지요. 좀 더 근무조건이 좋고, 급여가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요. 인제 시작이에요. 배우고 할 일도 많고, 자격증 딸 것도 많아요. 나중에 시설관리업체 소장이 되고 싶어요.”

박 기사의 얘기를 듣고 있던 오 소장은 “소장이 되려면 기본적인 자질을 갖춰야 한다”면서 “기술만 우선이 돼서는 안 되고 사무도 볼 줄 알아야 하며, 전체적으로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지하 3층 설비실. 박승복 기사가 시설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월간 말


감단직 노동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친척 어르신은 오래지 않아 아파트 경비직을 그만 둘 생각이다. 단돈 몇 천원이 아쉬운 요즘이지만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면서 아버지 같은 사람들을 머슴 부리듯 대하는 현실 때문이다. 험한 세월 살 만큼 살고, 경험도 많아 입주민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점점 더 사람들이 매몰차고 상스러워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9명이 6명으로 줄었어. 아파트 지은 지 20년이 다 돼가는데. 건물이 오래되면 일이 많거든. 근데 일할 사람은 계속 줄고, 설비직 직원들도 몇 명 그만 뒀다고 들었어. 늘 보던 사람이 안 보여서 물어보니까 해고당했다 그러더라고. 거긴 우리보다 돈은 더 받을지 몰라도 근무환경이 좋지 않아. 오래된 아파트 지하실이 오죽하겠어. 가보면 먼지도 많고 어둑어둑해. 젊은이들이나 하지 나 같은 사람이면 벌써 병이 들었을 거야.”

가끔 게임(비지니스 프로젝트)에서 진 상대방을 깔보는 성격의 사람들을 본다. 자신의 승리에 의기양양해 하며 패배자를 위축시킨다. 그러나 패배자가 더욱 싱글벙글하면 승리자는 어리둥절해지고, 고약한 승리자 앞에 너그러운 패배자는 박수를 받을 수 있다. 다음에 잘하면 되니까. 이것이 게임의 법칙이다. 하지만 돈이 개입되고, 상하관계, 갑을관계에서 벌어지는 게임은 성질이 다르다. 승리자와 패배자가 뒤바뀌는 감정적인 결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하’와 ‘을’은 ‘상’과 ‘갑’에게 처음부터 너그럽고 싱글벙글하지 않으면 정신적, 물질적으로 피해를 본다. 이것이 바로 시설관리직이다. 입주민의 비위를 맞추면 그만이지만 비위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낭패를 당한다.

물론 좋은 입주민들도 많다. 감단직 노동자가 없으면 집에서 편히 쉬고, 잘 수 없다고 고마워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물질이 우선시 되면서 이웃들의 노고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감단직 노동자들의 삶을 이 한 편의 기사로 모두 알릴 수는 없겠지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기사가 우리 이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국민 대부분은 감단직 노동자들의 수혜를 받고 있다. 집에서부터 직장까지,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인권OTL] ‘감단직’ 노동 착취 현장, 아파트


경비원, 전기·냉난방 기술직 등 최저임금제도 비껴가는 ‘감시단속직’… 저임금·열악한 환경·고용 불안의 그늘

▣ 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인권OTL-30개의 시선 18]

“경비는 사람 취급도 안 하죠, 뭐.”

지난 8월19일 오후 사방이 어둑해진 경기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안. 주민들의 분리수거를 돕던 아파트 경비원 이광철(72·가명)씨가 허리를 펴면서 말했다. “화요일이 제일 정신없는 날이에요, 분리수거일이라.” 푸른색 유니폼의 가슴에는 그가 속한 용역회사의 이름이 붙어 있다. 그는 용역회사에서 이 아파트 단지에 파견된 직원 12명 중 하나다.



△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 이른바 감단직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주고 ‘잡부’처럼 부리려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욕망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19일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에서 분리수거 작업을 돕다가 잠시 허리를 펴고 있는 이광철(가명)씨.







“연금, 자녀 지원 없어 월급 95만원이 전부”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꼬박 일하고 그가 받는 월급은 95만2천원. 96만9천원에서 의료보험 1만7천원을 뺀 금액이다. 월급명세서엔 여기까지만 적혀 있다. 몇 시간 일해서 얼마를 받게 된 건지, 용역회사가 얼마를 떼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하루 24시간씩 한 달의 절반을 일하니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3770원만 적용해 계산해도 그의 봉급은 최소한 135만7200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꿈같은 소리’다. 그는 이른바 ‘감단직’(감시적· 단속적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감단직은 최저임금법도 비껴가는 노동시장의 사각지대다. 최저임금법 5조는 기업에 입사한 지 3달이 안 된 수습사원과 함께 감단직 노동자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경비원, 검침원 등과 같은 감시적(監視的) 노동자와 아파트·건물의 전기·냉난방 기술직 등 단속적(斷續的) 노동자는 다른 일반 노동자처럼 노동의 강도가 세지 않거나 업무가 연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 때문에 1953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도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 등에서 감단직은 예외로 하고 있다. 그래서 감단직 노동자는 주 40시간 노동의 시대에 84시간을 일할 수 있고, 사용자는 이들에게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2004년 노동부 용역으로 비정규노동센터가 실시한 ‘감시·단속적 근로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씨 같은 감단직 노동자는 33만4846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65.3에 해당하는 21만8천여 명이 경비 및 건물 관리인이었다. 그 뒤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돼 있지 않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이씨가 월급 95만원을 받는다고 해서 그의 노동이 ‘늘그막에 놀기 뭣해서’ 하는 건 아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빌딩 청소부 일을 하던 이씨 부인은 지난 3월에 쓰러졌다. 병원비가 만만치 않다. 8년간의 청소부 생활에 온몸에 골병이 들었으니 이제 다시 일하기는 어렵다. 자식 셋은 출가했지만, 그들도 사교육비 부담에 형편이 어렵다. “큰아들은 애들이 중학생, 초등학생이니까 학원 두세개씩 보내느라고 절절맨다더라고. 용돈은커녕 집에도 잘 못 와요. 우리도 애들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고….” 국민연급 가입자도 아닌데다 개인연금을 들어놓은 것도 없는 그에게 이 일은 유일한 노후 보장책이다. 얼마 전 65살 이상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경로수당을 신청해봤지만 그마저도 자식과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떨어졌다. 이씨는 “경비들은 대부분 벌어놓은 것도, 연금도 없는 처지라 해고될까 무서워 하소연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월급을 받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한 동료 최씨(75)도 요즘 한숨이 깊다. 나이가 많아 내년 3월 재계약이 안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경비실에도 밤이 왔다. 24시간 맞교대하는 경비원들에게도 고단한 시간이 찾아왔다.






8월20일 서울 종로구의 반지하방에서 만난 이씨 부부는 서로를 걱정했다. 이씨가 “24시간 근무를 서는 동안 아내가 쓰러지면 혼자 죽어도 내가 어쩔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자 부인은 “24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1년을 경비로 돈 적게 받고 무시당하며 일했지만 노동청 사람 한 명 보지 못했다”는 이씨는 “8시간씩 일하는 분들처럼 우리도 사람 취급 받으며 임금을 받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 3월 잘리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도 다행이다. 11개동 1530세대에서 12명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다 이제는 6명씩 교대로 일한다. 6명은 해고당했다. 1110동 경비를 맡던 그는 이제 1109동까지 담당하게 됐다. 두 개 동에 한 명씩, 한 명의 경비원이 500여 가구의 뒤치다꺼리를 담당한다. 이로써 한 가구가 한 달 관리비 가운데 2천원가량씩 ‘절약’하게 됐다. 기계실과 전기실 인력도 절반으로 줄었다. 한 명씩 있던 아파트 단지 남자 청소원도, 조경 담당자도 잘렸다. 청소와 조경 업무는 고스란히 경비원의 몫이 됐다.


경비원·전기실·기계실에 분 피바람


전국의 아파트 경비실과 설비실, 전기실 등에 인원 감축의 피바람이 분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2005년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07년엔 감단직 노동자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액의 70를, 올해부터는 80를 보장하도록 했다(그전엔 그렇게 일하고도 50만∼60만원만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임에도 관리비 상승을 걱정한 아파트 주민들은 인원 감축으로 맞섰다. 상당수 아파트가 1인당 1개동씩 맡던 경비원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한 사람이 2개동씩 맡도록 했다. 이씨가 일하는 곳 옆의 ㅍ아파트도 마찬가지다. 19개동에 26명이던 경비원이 얼마 전 절반으로 줄었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아무개(63)씨는 “경비원 임금이 오르면 그만큼 경비원을 자를 테니 차라리 돈 적게 받고라도 잘리지 않고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부녀회는 단지 내 시장 유치, 분리수거 등 수익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최근 무인경비시스템을 갖췄다. 김씨는 “관리비 오르는 것, 돈으로 치면 아주 적은 금액인데 그 돈 때문에 사람을 마구 자른다”며 “이 동네 아파트가 다들 경비원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화단 풀뽑기, 쓰레기 줍기, 재활용·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정리, 택배 받아놨다 전해주기 등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부가 업무에 허덕이던 감단직들의 노동강도는 훨씬 세졌다. 노동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의 봉급을 주면서, 실제로는 잡다한 많은 일을 시키는 노동 착취의 현장이 바로 아파트인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영악했다. 또 다른 편법을 동원했다. 감단직들에게 새벽시간에 4∼5시간가량의 휴게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잠을 자라는 것이다. 그러면 수치상으로는 하루 노동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니 임금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만책일 뿐이다. 노동법상 휴게 시간은 사용자의 통제를 벗어나 자유로운 장소 이동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경비나 설비직 근무자가 그렇게 했다가는 바로 그날 목이 날아간다.



△ 경비원은 경비할 시간이 없다. 청소를 비롯한 각종 잡무를 도맡는 그들을 최저임금에서 배제하는 현실은 놓고 한 관리사무소 직원은 “우리 사회의 모럴 해저드”라고 했다.






아파트 관리자들은 현재 추세처럼 감단직 고용을 줄이면서 잡다한 업무까지 맡기는 건 주민들이 ‘도끼로 제 발등 찍는 격’이라고 본다. 경기도 한 아파트의 송아무개(42) 관리소장은 “경비들 근무여건이 열악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도 어차피 일이 생기면 사람이 가봐야 하는데, 인원이 줄면 줄수록 경비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 감단직 가운데 지하에서 일하는 설비직의 경우 노동조건도 여러모로 열악하다. 8월21일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목동의 한 아파트 지하에 있는 설비실. 천장은 석면에 검은 때가 덕지덕지하다. 석면 일부는 부서져내린 흔적도 있다. 석면은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엔 건축자재로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 위험성을 아는 설비직 노동자들은 업무용 책상이 있는 쪽에는 천장에 비닐을 받쳐놓았다. 한 직원은 “우리 아파트도 얼마 전 경비를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는데, 옆 단지에서 사람 줄였다는 얘기를 듣고서 따라하는 모양새”라며 “설비직도 2명을 줄였는데, 23년 된 아파트가 갈수록 노후화하는데도 직원은 줄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서울 하계동 ㅇ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ㅅ씨는 “예전에 지역난방을 하고 있는 목동 ㄷ아파트에서 감단직으로 일할 때 63살 먹은 분이 그 덥고 공기 안 통하는 기관실에서 10년째 일하다 대상진피라는 피부병에 걸렸는데, 근무 마치고 귀가한 다음날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며 주민들이 지하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여건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지하 설비실, 석면 천장 아래 근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소속은 용역회사이지만 실제로 노동 지시를 내리는 건 아파트입주자대표모임이나 부녀회, 관리사무소 등이라는 지위의 이중성이다. 위탁 고용이라는 외피 속에 업무 외적인 일들을 마구잡이로 시키지만 하소연할 수도 없다. 경기 구리에 있는 아파트에서 전기 설비 일을 하는 김아무개(39)씨는 이 아파트에서 일한 지 3년째이지만 아직까지 소속된 ㅇ용역회사 사장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파트관리사무소가 낸 채용 공고를 보고 찾아와 실무 직원은 물론 동대표의 면접까지 봤다. 김씨는 “원래는 아파트의 공용 부분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하지만 ‘변기 뚫어달라’ ‘문짝 고쳐달라’ ‘세탁기 선 연결해달라’는 민원까지 가서 해줘야 한다”며 “심지어 이사 오는 주민 가운데는 ‘이 아파트가 그런 일을 다 해준다고 해서 왔다’는 이도 봤다”고 말했다. 감단직 직원들을 마치 머슴 부리듯이 하는 게 현실이다. 김씨는 “아파트는 입주자대표들의 공화국으로, 그들은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 그들이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관리사무소에) 말하면 그 사람은 바로 갈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용만 놓고 보면 아파트 감단직들을 관리사무소가 직접 고용하든 용역회사를 통해 간접 고용하든 비슷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용역회사를 쓰는 건 이처럼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 ㄱ아파트 관리소장을 2년째 하고 있는 김아무개(50)씨는 “최저가입찰제로 위탁회사를 선정하면 회사가 수주액의 10∼15를 가져가기 때문에 감단직 급여는 직영 때보다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며 “직영하면 직원 관리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정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용역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8월21일 찾은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에 있는 설비실. 석면으로 된 천장에서는 가루가 날리는 듯하고 퀴퀴한 냄새가 계속 코를 간지럽혔다.





임종훈(39)씨의 경우는 이런 감단직 노동자들이 모순에 맞서 싸우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전북 전주의 ㅅ아파트에서 전기 쪽 일을 하던 그는 지난해 4월 “감단직 직원에게 왜 상시적 업무를 맡기느냐”고 아파트입주자대표모임에 항의했다. 모임 회장은 관리소장에게 “쟤 못 내보내면 소장 네가 나가라”고 했고, 소장은 용역회사 사장에게 “위탁 해지”를 언급하며 압력을 가했다. 같은 해 5월6일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그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으나 회사는 9월8일 그를 재해고했다. 다시 노동위원회에서 같은 결정을 내리자 회사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 와중에 임씨는 회사를 스스로 그만둔 상황. 법원은 회사가 밀린 임금과 퇴직금 7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권고를 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급을 거부했고, 임씨는 최근 민사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노동자 개인을 상대로 법정으로 문제를 끌고 들어가면 지루한 공방에 스스로 나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자본의 판단이다. 임씨는 “이달 초부터 신경정신과에 다니는데 ‘긴장성 두통’이라고 한다”며 “잘 근무하던 사람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 배신감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제를 입법 취지대로 감단직 노동자들에게 공평하게 적용하는 한편, 노동부의 현장 근로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2012년으로 예정된 감단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제 적용 시한도 당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노무사)은 “임금을 올릴 경우 인원 감축 등이 우려된다고 해서 노동조건을 낮게 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최저임금제 취지에 맞지 않다”며 “근로기준법상 감단직 관련 규정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게 궁극적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한 가구당 관리비 몇 천원 아끼기 위해 사람을 자르고, 실제로 쓸 수 없는 휴식시간을 주고, 열악한 노동여건에 몰아넣고 머슴처럼 부리는 곳, 대한민국 아파트는 또 하나의 노동착취 현장이다. 다만 우리의 삶과 너무 밀접한, 늘 마주치는 이들이 그 가운데 서 있다는 점이 이 공포영화의 기괴함을 더할 뿐이다.





감시단속직 현황




노동조합 세워질 토대가 없다

이른바 ‘감단직’(감시적·단속적 노동자)이 아파트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각종 건물에서 전기, 보일러, 냉난방, 조경, 청원경찰 등의 일을 하는 이들 대부분도 감단직으로 분류된다. 감단직 16년차인 김아무개(39)씨는 서울 시내 유명 3층 건물에서 기계 냉난방을 맡고 있는데, 연봉이 2800만원가량으로 아파트 경비직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근무 조건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잔디 깎고, 정수기 물 떨어지면 생수통 갖다 꽂고, 건물 페이트칠 하고, 인테리어도 하고, 전등 관리하고, 회의한다고 하면 테이블보 깔아주는 것까지 웬만한 일은 다 해야 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도 1년 내내 두 명이 24시간 맞교대를 한다. 설날이든 추석이든, 걸리면 근무를 한다. 그러면서도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멀쩡하게 직원으로 근무하던 감단직 노동자를 용역으로 전환하면서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있다. 서울 구로동 ㄱ오피스텔에서 12년째 전기 쪽 일을 하던 윤아무개(37)씨는 지난해 7월 “용역 전환을 할 테니 용역회사로 옮기라”는 말을 듣고 동료 노동자 17명 가운데 9명과 함께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관리인은 해고 통보를 해왔다. 기계전기 관리실 점거농성에 들어갔으나 용역 깡패들에게 얻어맞고 쫓겨났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이들의 부당해고 구제요청을 기각하는 바람에 윤씨 등은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파트 쪽 감단직들은 고령자가 많은데다 사업장 규모가 작아 노동조합 활동이 미약하지만, 건물에서 일하는 감단직들은 비교적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다른 비정규직들이 그렇듯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행사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조를 결성하거나 파업을 벌이려고 할 때 원청 사업자가 해당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해버리면 이들은 순식간에 갈 곳을 잃는다. 현행 법은 이 경우를 부당해고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감단직들은 지난해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추진한 법 개정을 기대했다. 노동조합법 81조에 ‘원청이 노조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용역 계약을 해지하거나 위협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법안이었으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다 흐지부지돼버렸다.















환경 지키려면 ‘환경미화원’도 지켜주세요”

민간위탁, 미화원 작업환경 더욱 악화시켜

윤지연 수습기자 2010.05.13 16:58


▲ 서울역 광장에 전시된 환경미화원의 사진들




사람들의 무관심에 방치돼 있는 환경미화원들은 건강권과 노동권을 정당하게 보장받고 있을까?


지난 4월 13일 국회에서는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를 국민 캠페인단’이 발족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환경미화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건강권의 위협은 그동안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지켜지지 못했던 그들의 노동환경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버스터미널의 화장실 변기의 68배가 넘는 박테리아가 환경미화원의 옷과 몸에서 발견되었고, 그럼에도 77가 회사 내에서 샤워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67의 환경미화원은 작업복을 입고 그대로 퇴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미화원들의 업무 환경은 건강권 뿐 만이 아니라, 생명뗌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통계에 따르면, 환경미화원의 사망률은 경찰관의 2배, 소방관의 3배에 이르렀다.


미국정부의 통계에서도 환경미화원의 2005년도 사망률은 10만 명당 43.8명으로, 미국 내 직업 중에서 5번째로 위험한 직업으로 꼽혔다.


민간위탁, 미화원 노동조건은 더욱 나락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의 건강권이나 재해, 노동 조건에 대한 통계나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청소업무 및 지방자치단체 사무의 민간위탁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09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환경미화원의 평균 재해율은 0.7지만, 자치단체가 직영할 경우 6.7, 민간위탁 업체가 맡을 경우 7.5로 증가했다. 민간위탁으로 운영될 때의 재해가 평균 재해보다 24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는 민간위탁으로 운영될 경우, 환경미화원들의 노동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최근 3년간 미화원들의 업무량과 인원변동을 조사한 결과, 직영이나 위탁업체에서 업무는 모두 늘고 인원은 줄었다.


주간 근무 일수에서는 자치단체 직영 미화원들은 90이상이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민간위탁 사업장의 경우 77가 주 6일 근무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환경미화원의 권리’ 요구한다


환경미화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민주노총에서는 ‘환경노동자에게 씻을 권리를!’이라는 제목의 제 2차 대국민 캠페인을 벌인다.


민주노총은 캠페인에 앞서 13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미화원 건강권 쟁취와 청소업무 민간위탁 금지를 위한 지방조례 제정운동’을 선포했다.



▲ 민주노총은 13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미화원 건강권 쟁취와 청소업무 민간위탁 금지를 위한 지방조례 제정운동’을 선포했다.





▲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발언 모습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월급봉투를 채워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것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라면서 “민간위탁과정에서 벌어지는 건강권 침해나 근로조건 퇴보, 해고 등의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에게 전달할 환경미화원 건강권 문제와 민간위탁과 관련한 질의서를 공개했다. 이 질의서는 △샤워시설 설치 △작업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실태조사 △적정인원 유지 △민간위탁 금지 조례 제정과 관련한 문항으로, 오는 20일까지 답변을 받아 공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모든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발송해 환경미화원 건강권 보장과 청소업무 및 무기계약직을 민간위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면서 “이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대대적인 낙선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은 전 조합원과 환경미화원들의 힘을 모아 환경미화원의 권리를 쟁취하는 범국민 캠페인 활동을 적극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요즘 경비실은 ‘택배 보관소’… 아파트 배달 물량 넘쳐 경비원들 순찰도 못해



[2010.05.10 18:25]





10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미주아파트 6동 경비실. 6.6㎡(2평) 남짓한 공간은 크고 작은 상자와 포장 봉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옷, 신발, 화장품, 두루마리 화장지, 컴퓨터 모니터, 떡.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 업체에서 발송한 물건들이다. 바닥부터 쌓은 상자의 높이는 어른 허리보다 높았다.

“쉴 새 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택배 때문에 꼼짝 못해요. 아파트 주변 청소랑 쓰레기 수거, 엘리베이터 걸레질에 순찰까지 해야 하는데 주민들 대신 택배 물품까지 받아 보관하려니 정말 힘들어요.” 상자 10여개에 둘러싸인 6동 경비원 정흥조(61)씨가 하소연했다. 정씨는 165가구를 관리하고 있다.

419가구를 맡고 있는 숭인동 롯데캐슬 천지인의 지동(오피스텔) 경비원 홍대용(51)씨는 날마다 택배를 40∼50건 처리한다. 택배 관리가 일과 중 절반 이상이다. 홍씨는 “주민들에게 물건을 다 전해줄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 한다”고 했다. 낮 12시를 갓 넘긴 시각, 홍씨의 경비실을 채운 상자는 18개였다.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아파트나 오피스텔로 택배 물량이 쇄도하고 있다. 경비원들은 주민들 대신 매일 수십개의 물건을 받아 지키느라 본업인 순찰도 제대로 못 하는 처지라고 입을 모았다.

택배는 오전 10시�읜 4시 사이에 몰려온다. 이 시간 구매자인 주민은 대부분 집에 없다. 있더라도 낯선 배달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주민이 상당수다. 그래서 배달원들은 주민 집에 들르지 않고 경비원에게 물건을 맡기거나 경비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물건만 경비실에 놓고 가기도 한다.

받는 사람이 운송비를 내는 ‘착불’ 택배를 받을 때 경비원은 더욱 난처하다. 미주아파트 경비원 정씨는 “배달원은 운송비를 당장 받아가야 하니 나한테 달라고 하고, 주민들은 나중에 자기가 갚겠다고 한다. 하지만 택배가 하루 수십 건인데 건당 2500∼3000원씩 대신 내줄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경비원이 택배 잡무에서 해방되기는 간단치 않다. “물건 찾아가라고 집집마다 두세 번씩은 연락해야 해요. 가끔 늦게 연락하면 옷을 갈아입었다거나 자야 한다면서 안 오기 일쑤죠.” 롯데캐슬 천지인의 천동(아파트) 경비원 오춘석(69)씨가 “택배 때문에 별 일을 다 겪는다”며 귀띔했다.

경비원들은 만일의 분쟁을 막으려고 근무일지와는 별개로 택배수령일지를 쓰고 있다. 롯데캐슬 천지인은 배달원들에게 ‘분실 사고가 발생하면 택배 업체가 책임진다’는 약정서를 받는다. 숭인동 오피스텔 대우 디오빌은 최근 경비실 유리창에 ‘택배는 경비실에서 취급하지 않는다’고 써 붙였다.

한 오피스텔 경비원 고모(62)씨는 “경비실은 택배 업체 보관창고가 아니다. 택배를 받는 건 주민 편의를 봐 주는 것이지 우리 의무가 아닌데 주민들은 아주 당연히 여기는 듯하다”고 섭섭해했다.


















부당이득반환채권, 퇴직금채권 1/2 초과분과 상계 가능

이른바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매달 월급과 함께 받은 퇴직금 명목의 돈은 퇴직금도, 임금도 아닌 ''''''''부당이득''''''''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회사는 새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부당이득을 돌려받을 권한으로 이미 지급된 돈과 상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상계 허용 범위는 퇴직금채권의 1/2 초과분으로 제한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0일 A씨(44) 등 26명이 B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월급, 일당과 함께 일정액을 퇴직금으로 미리 지급키로 하는 이른바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받은 돈은 부당이득"이라며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용자는 계산의 착오 등으로 초과 지급한 임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한(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퇴직금의 1/2은 민법상 상계할 수 없는 압류금지채권"이라며 "상계하는 것은 1/2을 초과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영란·김능환 대법관은 "임금의 일종으로, 반환 의무가 없다"는, 양승태·이홍훈·양창수 대법관은 "상계할 수는 없다"는 반대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B사는 1998년 퇴직금중간정산제를 도입, 연봉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돈을 포함한 월급을 매달 지급했고, A씨 등은 중간정산을 요구한 바 없다며 퇴직 후 소송을 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장래의 근속기간에 대해 사전에 중간정산을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임금으로 판단, 퇴직금을 ''''''''새로''''''''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원칙적으로 퇴직금을 퇴직 전에 미리 받기로 하는 이른바 ''''''''퇴직금 분할약정''''''''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하는 것으로 무효다.

2심 재판부도 퇴직금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퇴직자들이 이미 받은 돈을 ''''''''부당이득''''''''이라고 판단, 반환 의무를 지우면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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