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이야기

만능을 요하는 시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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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twink998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1,431회 등록일 -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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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으로 글을 써본다.

시설에 발을 들여놓은지 어언 9년이 다 되어 간다.

내 세대는 imf세대라 졸업과 동시에 백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다보니,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도 못하고

구한다고 해도 88만원짜리 직장밖에 취업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본인도 취업이 안되 국비교육을 받아가면서 시간을 까먹고 있던중, 컴퓨터 피시방붐을 타고 친구의 부름으로

컴퓨터네트워크일을 하게 되었다.

8시 출근 매일 새벽 1시 퇴근의 강행군이었지만 돌아다니는 만큼 벌이는 솔솔했다.

그 당시 초고속인터넷망사업이 급성장하던 시절이라 기존 kt회선망에 adsl을 설치하던 시절이라 설치를 원하는

주문은 가히 폭팔적이라 일거리는 넘쳐 나던 시절이었다. 본인도 설치작업을 하러 주택가. 아파트, 관공서,

심지어 깊은 산속의 암자, 굽이굽이 들어가는 시골의 외딴집까지 방문을 하며 발품을 팔 던 시절이었다.

돈은 벌렸다. 그래 돈은 벌렸다. 대신 엄청난 스트레스.. 거북이보다 못한 컴터부팅속도와 설치할려고 컴터를

켜보면 생존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는 왜 이리 많이 감염되어있는지.. ㅎㅎㅎㅎ 지금와 생각하면 너털웃음이

난다. 우쨋든 한 2년 하다가 도저히 스트레스를 견디지못해 친구의 피시방사업권유를 과감히 박차고 청주로 낙향

거기서 생전 처음하는 도서대여점을 시작했다. 그리고 보란듯이 망해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건물의 나머지 상가마저 다 비워지고 나는 졸지에 텅텅빈 4층 상가건물의 관리인이 되고

말았다. 건물주는 유령상가를 관리하는 댓가로 나에게 주공아파트 기전기사직을 소개시켜주었고 생전 처음으로

아파트란 곳에서 시설 일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그 곳은 임대에서 분양으로 전환되는 시점의 주공아파트였는데, 지역난방이 공급되는 방식의 복도식 아파트였다.

지금생각하면 참 끔찍하고 어려운 곳에 처음으로 시설일을 한 셈이지만 그때야 알 턱이 없으니까...

단지 하루 쉬고 하루 근무하는 꿈같은 곳이었다. 월급도 주고 그 곳 관리소식구들이 다들 사람들이 좋고 온순한

사람들이라 함께 밥도 해먹고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점심을 먹던 기억이 난다. 물론 한 달에 한 번 꼴로 근린

상가 호프집에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주말에 낚시도 하면서 시설의 피로를 풀었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처럼 좋은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다들 하나둘씩 더 좋은

조건과 대우를 찾아 떠나고 부녀회원들의 횡포에 시달린 나머지 나도 첫 시설직장을 떠나게 되었다.

그 후 한 일 년 동안은 드문불출...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던 것 같다. ㅎㅎㅎㅎ

그러다 다시 아파트시설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지역난방, 복도식, 입주아파트, 서민형아파트, 중대형아

파트등등 여러 아파트를 전전하게 되었고, 전기반장으로 보일러자격증을 따서 노통연관식 보일러 기관장으로..

영선주임으로 근무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전기공사기사도 따게 되고 전기기사도 따게 되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자치에서 위탁으로 전환되면서 정리해고도 당해보고, 주간근무중에 인원감축으로 당직

근무로 좌천되기도 하고, 관리소장의 독선과 독단에 맞서다 해고당하기도 하고, 도중에 소장 공석중에 노동부의

불시 감찰로 과태료처분도 당해보고 ....

써보니 별의 별 산전 수전 다 겪어본 것같다. 그런데도 현재 이 모양 이꼴이다.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시설이

열악해져간다. 이건 아니다라고 정의롭게 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불이익을 받게 되고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 듯

고비 고비를 넘어가는 능구렁이의 기술을 익힌 속칭 바퀴벌레들은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꿀물을 빨고

있다. 이제는 나도 왠만한 부정에는 속칭 눈감는 스킬을 터듯하게 되었고, 백 날 자격증 수십개를 가지고 있어

봤자 대우 받지도 못하는 기술인의 현실에 혼 울분을 삼키면서 언제든 이 곳을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현실을 이야기해주마.. 요새 아파트경기가 완전 죽어서 더이상 아파트를 짖지 않게 되고 해마다 주택관리사자격

증을 난발하다보니 기존에 있는 소장들조차 자리가 없어진지 오래다. 밀려나면 이제 실업자다..

그래서, 아파트관리소란 곳은 이제 완전 노가다판이 다 되어 버렸다. 전구 한 두개 갈 던 꿈같은 시절은 지나 간

지 오래다. 악덕 동대표회장이나 악덕 동대표의 농간에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인지 오래되었고, 소장은 살아 남기

위해 그들의 어떠한 부당한 요구도 다 들어주게 되었다. 과거같으면 업자들에게 맡겨야 할 일도 관리소 소수정

예인원이 다 해야한다. 분리수거대제작, 자전거거취대제작, 심지어 테니스장 평판다지기, 어르신들 여름에 쉬시

라고 원두막까지 지어야하고 더 심한곳은 입대회장의 머슴이 되어 입대회장의 별장이나 원두막수리, 그들이 관

리하는 빌라나 원룸 도배부터 샷시부착, 보일러손질, 전등갈아주기 변기들어내기, 바닥 도끼다시부터.. ㅎㅎㅎㅎ

그리고서도 헤헤 웃고 다녀야한다.. 인상을 찌푸리거나 불만을 표시하면 그 즉시 짤린다.. 이게 현실이다.

위탁업체는 해마다 최저가로 입찰을 해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파트관리소로 온다.

인원은 더이상 줄일 수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고 일의 강도는 맥가이버를 요구하고 월급은 쥐꼬리. 불만있으면

해마다 해고통지날라오고 하소연할 곳도 없다. 왜냐 이런 자리조차도 없어서 구인광고를 날리면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그러니 사용자들은 더 기고만장해지지... 심지어 3개월 수습기간이라는걸 만들어서 월급의

70프로를 주는 곳도 있다.

할 일없이 집에서 노는 어르신이 동대표회장이라도 되면 그 아파트관리소는 완전 시다바리로 변한다.

이 어르신의 직장이 바로 관리소가 되니까,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해서 새벽에 온다..

잠이 없으니 새벽에 당직근무자들을 감시하기위해서 그리고 낮에 소장을 자신의 비서로 쓰기 위해서..

소장이 입에 안맞으면 갖은 방법으로 괴롭히고 그 소장이 견디지 못하고 나가면 업체에 압력을 가해 여자소장이

나 초보소장을 불러온다.

그리고 나서 본색이 들어난다.. 그 밑에서 일하는 관리소직원들은 다 죽을 맛이다...

왜냐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시간이 없다. 조경에서 영선에서 각종 공사들이 줄줄이 기다린다..

만능 작업맨을 견디지 못하는 순간 조용히 짐을 싸야한다. .. 그들은 생각한다... 뭐라고..

너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사람들은 많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이 견디지못하고 나가면 그 자리에는 언제든

사람이 들어온다.. 그리고 또다시 바뀌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당직근무자가 수시로 바뀐다.

소장은 짤리면 벼랑이니 회장의 딸랑이가 되고 과장은 소장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진다.. 죽어나는 건 그 밑에서

일하는 설비주임이나 당직기사들이다.. 그리고 불쌍한 경비원들은 관리비를 절감한다는 미명하에 언제 짤릴지

모르는 두려움에 살게 된다.. 한 번 줄어든 인원의 증원은 없다..

조만간 모든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은 관리과장겸 경리를 겸해야하고 당직기사들은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전기, 영선, 기계, 소방이 다 각각이었으나 이제는 그런거 없다. 다 할 줄 알아야한다.

전기면 전기, 소방이면 소방, 용접은 기본이며, 조경사에서 경비원 업무까지 해야한다. 분리수거도 해야하고

휘트니스센터도 관리해야하고 회원관리부터 조경사 미화원 경비원 심지어 변기도 뚫어야한다. 완전 만능맥가이버

가 되지못하면 이 바닥에서 살아 남을 수가 없다...........

이게 지옥이지 뭐가 또 지옥이라고 할까...

최종적으로 초울트라 슈퍼맨이기를 요구한다.. 혼자서 모든것을 다 처리 할 수 있는 신인류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초울트라 슈퍼 만능맨의 월급은 200만원 전후다. 꼬우면 나가던가.. 너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줄서

있다............... 이 것이 현실이다.................

후배들이여 시설에 입문하는 자들이여 일찌감치 미래의 암울함을 보았다면 이제부터 만능 맥가이버로 실력을 기

르던가... 아니면 다른 길을 알아보도록 해라.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이제 아파트관리소의 미래는 신인류가

아닌 이상 살아 남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다재다능한 인류의 월급은 200만원 전후다. 그 이상을 바라면 화성으로 가던가....

쓰고나니 암울하다...... 뭐 투 잡을 한다면 길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만능이니 어디든 현장에서 인정받는 보배가 될 수 있으니까.. 뭐 마음먹기 나름이다..

시설생활 8년만에 3억을 모은 선배를 아니까.. 그 선배는 일년 365일 격일근무하다 쉬는날에는 아르바이트를

갔다. 지금 이 맘때는 신나게 물탱크청소를 여름에는 에어컨 설치하러 겨울에는 보일러설치하러 틈틈이 전기공사

알바도 나가고 일없으면 인력시장가서 노가다하고 그러는 중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않아 무려 자격증만 7개를

땃다. 그 어렵다는 전기기사도 땃다. 시험 전날 밤 11시까지 혼자서 에어컨 20개를 설치하고 다음날 코피를

흘려가면서 시험장에 간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전기공사. 보일러공사, 통신트레이공사,배관용접,에어컨설치.

그대들이 이정도로 만능이 될 수 있는가......?

아참 공조냉동기도 만진다.. 도대체 못하는게 뭐냐.. 가스배관.. 소방시설점검및 설치.. ㅎㅎㅎㅎㅎ

그래도 오늘도 이 선배는 줄창 주야비로 달린다. 그 이상의 미래는 없으니까.. 뭐.. 말이 길어졌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니까.. 어쨋든 만능이 되지않으면 이 계통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 졌고

그와 같은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도 대우는 200만원 안팎이다. 이게 현실이다..

시설형제들 오늘도 달려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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