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이야기

어느 전기쟁이 이야기 par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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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showgoon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1,408회 등록일 -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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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한대 피러가자"

그 형님을 위로 한답시고 우르르 기계실로 내려갔다.

내가 방재실 상황 보겠다며 남았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답 맞춰본다 할까봐

가답안을 몰래 프린트해 품에 넣었다.


멍하니 cctv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임이 올라오길래 잠깐 쉬고 오겠다고 하고 방재실을 나왔다.

비상계단에 혼자 앉아 답안을 맞춰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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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점

합격이다.


하늘을 날듯이 기뻣다.

바로 기계실로 갔다.

합격했다고 자랑을 했다.


"축하해"

축하반 부러움반 시샘반의 축하가 이어졌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지혼자 합격수기를 떠들고 앉아 있다.


옆에 떨어진 형님 기분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안하무인이다.


누가 보면 사법고시 붙은줄 알았을 것이다.


난 그렇게 점점 재수없어져 갔다.





생활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주변사람들 대할때도 여유로움이 조금 묻어 나왔다.

하지만 재수는 더 없어졌다.


동생들과 근무설때면 연설을 해댓다.

형님들은 아예 답답하고 한심해서 농담이외에는 별 얘기를 하지 않았다.

집없이 수전실에서 라면 끓여 먹는 내 현실을 그렇게 나마 달래고 싶었나보다.



2차실기를 준비하며 2차필기때 볼 소방을 같이 공부했다.

전기선임에 소방선임까지 걸면 여기저기서 날 찾을것만 같았다.

같이 시험봤던 형님은 내 잘난체가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었다.

그 형님 아니라도 모두들 불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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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필기가 1차 실기보다 먼저 있었다.


결과는 합격!



이제 더 눈에 뵈는게 없다.

하지만 그 교만도 길지 않았다.


1회와 2회 실기는 둘다 낙방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전기만 준비해도 쉽지않은데 2회 필기 준비와 병행

2회 필기 합격후에는 소방과 전기를 같이 준비했으니

붙을리가 없었다.


무엇이든 목표가 명확해야 성공하는 법이다.

난 총한자루로 두군데를 겨냥하고 있으니 명중할리가 만무했다.


2번의 낙방이 있으니 필기 합격의 약효도 그리길게 가지 않았다.


다시 기계실에서 노는게 너무 재밌어 졌다.

비번때 공부하던 수전실옆 책상 자리엔

시험 낙방했던 형님이 집에서 플스를 가져와 설치를 해놨다.

오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공부는 지겹고 힘들고, 오락은 즐거웠다.

주변사람들과 술한잔 할때면

" 야 시설별거없다. "

"쯩따서 선임걸어봐야 몇십더받어... 그거받고 저 책임을 다 떠안냐?"



주변사람들과 대화를 나눌수록 수긍이 간다.

청사진과 계획들은 점점더 색이 바래간다.


길거리를 나서면 나보다 다 잘난사람들만 있는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더 기계실에 가고싶었다.


그곳에 가면 그래도 내자리가 있었고

함께 웃을수 있는 나와 동급의 사람들이 있으리라!


그렇게 시간을 보내 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마지막 실기시험을 앞두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떻하지, 포기할까?"

1회 필기에 떨어진 형님은 계속된 낙방에 벌써 내년준비 모드다.


"올해는 맘편히 먹고 내년 1회 준비하자"

이 권유가 지옥문 앞에 문지기가 손을 흔드는것 같았다.


일주일의 휴가를 신청했다.

어차피 여름휴가도 안가서 가능했다.



천안의 가스교육원에 사용자시설교육을 신청해 교육받으며

산속 기숙사에서 5일동안 살며 전기기사 실기를 마무리하자고 마음먹었다.



서울을 떠나 산속에 있으니 그나마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용시설수료증도 받고 실기마무리도 하고 일석이조였다.


어느덧 전기기사 실기 마지막 3회 시험날이 왔다.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이 이젠 낯설지가 않다.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아는 문제를 체크해보니 40점이 조금 넘는다.


좃됬다.


필사적으로 풀었다.

시험장 밖으로 나오자 자조적인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 뭐 그냥 이렇게 사는것도 나쁘지 않아"


스스로를 위로했다.

수전실옆에 와서 책을 집어던져 놓고 줄담배를 피웠다.

공부고 뭐고 다 싫었고

사회도 원망투성이 였다.


지하철의 노숙자들이 이해가 갔다.

그날부터는 일근시 저녁마다 김치에 술을 마셨다.


낮에는 오락을 하고 낮잠을 자고 그렇게 사는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았다.



그렇게 합격자 발표일이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이름을 검색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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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내 수험번호도 맞았다.

몇번을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하늘에서 서광이 비추고 꽃들이 만발했다.

서울의 바람이 그렇게 맑고 시원한지 몰랐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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