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이야기

어느 전기쟁이 이야기 part.4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showgoon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1,080회 등록일 -1-11-30 00:00

본문

공부를 시작했다. 눈이 막 감긴다.

특히 전자기학은 먼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물어볼 사람도 없거니와 물어봐도 그냥 외우란다.

다 그렇게 따는 거란다.


벌써 여기온지도 3개월이 지나 새해가 다가오고 있었다.

3월 첫 시험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하니 전기선임이 이뻐해준다.



방재실 cctv앞에 딱붙어 앉아 있으니 이쁜가 보다.

다~~ 노는데 나혼자 공부하니 벌써 먼가가 된듯한 기분이다.

공부안하고 기계실에서 노는 형님들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
,
,
,
,
,

오늘은 누전이 생겼다.

전기선임 옆에서 그동안 공부 몇자 했다고

"누전이 어쩌고~ 저쩌고~ "


나름 아는 지식들을 떠벌인다.

속으로 ' 나 완존 멋지다잉~ '

착각속을 헤멘다.


도면을 보며 이거 뜯어봐라 저거 뜯어봐라 하는 선임의 지시에 따라

해보다 보니 누전점을 찾았다.

" 존나 쉽네 "


이거 잡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실제로 문제에 접근하는건 어렵다.

같은일을 내가 선임이라면 못잡았거나 더 시간이 걸렸을 거다.



그런데 책좀 본다고 가오잡느라 눈에 뵈는게 없다.

이젠 전기 선임도 갖자나 보인다.

,
,
,
,
,

당직을 서는 날이다.

기계파트 동생에게 전기기사 책을 흔들며 너두 공부하라고

되도 않는 훈계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치과가 있는 층에서 연락이 왔다.

전기가 다 나갔다는 것이다.

기계파트 동생이 전화를 받아 나에게 알린다.

"뭐 차단기 떨어졌겠지..."


훈계를 한참 늘어논 후고 가오잡느라 계측기도 안챙기고 현장에 가본다.

긴장이 밀려온다.


"무슨일일까?"

"내가 처리할수 있을까?"


치과에 들어서자 의사와 간호사가 버선발로 달려 나온다.

전기가 다 나갔다는 것이다.


해당층 eps실로 가서 차단기를 봤다.

떨어진게 없다.


"헉!"


중간분기 차단기가 따로있나?

도면을 꺼내 여기저기 살펴보고 텍스를 뜯어 천장안 보고 생난리를 쳤다.

1시간후 치과의사와 간호사의 눈초리가 매섭다.

등에선 식은 땀이 줄줄 흐른다.


평소 나는 공부하는데 기계실에서 맨날 자는 형님,

내가 요즘 개무시하는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10분후쯤 그 형님이 왔다. 함께 해당층 eps실을 갔다.


"차단기 떨어져 있네!"


차단기가 반정도 떨어져 있다.

난 mccb 가 트립되면 저리 되는지도 모르는 초짜라는게 현실이었다.


그 형님 얼굴 뵐 면목이 없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마음속에 교만하지 말자

나는 초보다 라는 생각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
,
,
,
,

새해가 밝았다.

전기파트에 있던 형님이 학원에 등록하시며 맞교대를 신청하셨다.

덕분에 나머지 두명은 4교대가 되었다.


맘속에 불안감이 생겼다.

"내가 무시하던 저 사람이 먼저 따면 어쩌지.... "


그날 부터 공부가 더 잘됬다.






집에 일이 생겼다. 당분간 지낼곳이 없어졌다.

전기선임에게 지하수전실에서 잘테니 좀 묵을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겨울의 수전실은 그렇게 춥지 않아 지낼만 할것 같았다.


그렇게 첫날이 되어 저녁이 됬다.

은박 돗자리를 수전실 감시반 한켠에 깔고 누었다.

윙~~~~~~~


수전실 소리가 그렇게 큰지 그때 처음 알았다.

바닥에선 냉기가 올라오고

저주파 소음에 머리가 띵해 잠한숨 자지 못했다.


다음날 문방구에 가서 3M 귀마개를 샀다.

왜이렇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을 만나지도, 여자친구를 사귈 엄두도 나지 않았다.

자괴감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주변 직원들을 무시했다.


"어떻게 살려고 저리 노력을 않하는지..."

주위사람들 씹는게 유일한 행복이었고

나스스로를 높일수 있는 유일한 피난구였나 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이리 못나게 살았는지.......


그당시에 우리회사에서 밥을 지어먹기로 결정했다.

박봉에 3천원짜리 식권도 아쉬워서 였다.


수전실 한켠에서 자는 신세를 지고 있어 그날부터 식모살이를 시작했다.

9시반이 되면 점심을 준비했다.


근무일이 오히려 좋았다.

눈치안보고 식사를 해결했으니

비번이나 일근때는 식사시간이 한참지나 내려가 남은 반찬에 라면을 먹었다.




똥줄이 탓다

전기기사 말고는 답이 없어 보였다.

오기도 아니고 생존도 아니고


똥줄이 탓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리라.


3월이 되고 첫 시험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회사에서 지내는걸 아는 친구두명이 자기네 집에서 지내도 되니

오라고 했다.


그런 호의가 날 놀리는 것처럼 들렸다.

내가 요즘 말로 '벙커진상' 이었나 보다.


"시험보고 내가 술한잔 살테니 그때 보자"

그렇게 말하고 공부에 매진했다.

1회시험날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지를 받아 들었는데 아는거 반 모르는거 반이었다.

필사적으로 풀고 또 풀고......


그렇게 시험을 마치고 나왔다.

눈물이 날것 같았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친구넘이다.


고생했다며 저녁에 보자한다.

" 나 찾지마라 시험 망쳤다 "

그렇게 전화기를 꺼놓고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아침 1회시험을 친 나와 형님에게 잘 봤냐는 질문이 쇄도한다.

못봤다고 하는데 그말을 듣고 주변 사람들 얼굴에 미소가 띈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형님은 잘보셨단다.

가답안 나오기 전까지 줄담배를 피웠다.


먼저 가답안을 맞춰본 형님은 불합격이었다.

"까르르르 "


주변사람들이 신이 났다.

속으로 욕지기가 올라왔지만 참았다.

"너는?"


나한테 묻는다.

답안을 어디다 적어놨는지 모르겠다고 둘러대며

나중에 찾으면 맞춰 보리라 했다.


"답안지는 내 안주머니에 있는데.......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