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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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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engel1111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1,113회 등록일 -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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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비가 주적주적 내리네요

오랜만에 돼지간에 이슬이 한잔 마시고 있읍니다

오늘 술땡기는 일이 있어서요

오후에 일산 운정쪽 아파트 면접을 보러 갔는데요

참으로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 했읍니다

면접을 보러 관리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광경을 목격 했읍니다

소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앉아 있고 은갈치 양복을 멀끔하게 입은 삼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거의 무릅을 꿇다시피 하며 뭔가를 애원하고 있더군요

알고보니 은갈치 양복맨은 나처럼 면접을 보러 온 것이었읍니다

소장의 종아리를 붙잡으며 제발 날 고용해 달라고 부탁이 아닌 애원을 했던 것이었읍니다

소장도 좀 당황했는지 은갈치에게 다시 부를테니 좀 나가 있으라고 하고 저와 면접을 봤는데요

참 김이 새더군요

예상대로 소장은 형식적인 질문만 몇개 던진채 연락 줄테니 가보라고 하더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연락 준다는 말은 너는 맘에 안드니 빨리 꺼지라는 뜻 아니겠읍니까

그렇게 체념한체 관리실을 나서니 입구쪽에 그 은갈치가 담배를 피며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더군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구직자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지 사람이 굉장히 초라하게 보이더라구요

소장이 다시 부른걸 보니 은갈치를 채용할 모양이더군요

참 요근래 면접 보러 다니면서 별 희한한 상황들을 당하고 목격하게 되네요

고작 170만원짜리 기전기사 자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울며불며 처절하게 매달렸던 걸까요

그 은갈치의 인생이 궁금해집니다

세상엔 나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도 있구나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네요

이제는 면접이 점점 두려워지다 못해 공포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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