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이야기

풍도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engel1111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849회 등록일 -1-11-30 00:00

본문

15년전 시설에 처음 입문 했을때 나의 시설 첫번째 스승님이 생각난다

성은 최씨요 이름은 풍 외자였다

최풍..그래서 우리 기사들은 그를 풍도사라 불렀다

풍도사의 첫인상은 "이 인간 없어 보인다"였다

그도 그럴것이 키는 180인데 몸무게는 50키로 될까말까해 보였다

거기다 옵션으로 옷차림이 옹생할 정도로 너무 남루해보였다

6.25때나 입었을 법한 겁나 구린 체크무닌 잠바에다 너덜너덜해 보이는 건빵바지..항상 그런 차림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그를 길거리에서 만난다면 거지새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강원도 영월 출신인 사람 좋았던 그는 시설 초보들의 OJT를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본인이 자처하고 교육을 시켰다

뒷산에서 주워 온 나무 막대기로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나에게 교육을 시켜 줬는데

처음에는 풍도사가 얼마나 위대해 보였는지 모르는게 없어 보였고 못하는게 없어 보였다

그런 기대감은 채 이틀이 못가서 산산조각 부서지고 말았다

풍도사는 무니만 기술자인 사이비였던 것이다

알고 보니 나보다 겨우 보름 먼저 들어 와 놓고선 마치 십수년 다닌 기술자 행세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미워 보이진 않았다

나보다 두살 위였지만 삼촌처럼 푸근한 맛이 있어서 재미지게 지냈다

영월에서 땡전 한푼 없이 올라 온 그는 내가 여태가지 만난 시설인 중 가장 가난하고 가장

알뜰한 사람이었다

같이 다닌 2년 내내 돈 쓰는 걸 못봤고 두가지 이상의 반찬을 먹는 모습을 못봤다

봉급 타면 백퍼센트 저금을 해서 아파트를 마련한 위대한 풍도사였다

하지만 인간에겐 누구나 약점이 있는 법

풍도사의 약점은 주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소주 한병만 넘기면 여지없이 동료 기사들에게 곤조를 부리곤 했는데 어느 날은 곤조의

범위를 넘어서 동료 성질 더러운 기사에게 제대로 걸려서 눈탱이를 가격 당하기도 했다

아주 가끔 이런 불상사가 발생 했는데 풍도사의 시퍼렇던 눈탱이를 2년간 한 다섯번 정도 본 거 같다

그래도 그는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항상 자격증 책을 손에 놓지 않아서 2년동안 보일러 산업기사 전기기능사를 취득 했다

그렇게 능력을 쌓아서 지금은 잠실쪽 큰 대단지 아파트에 기전 대리로 근무 하시고 계신다

풍도사는 또 하나의 재주가 있었는데 관리사무소 경리에게 껄떡대는 거였다

아침에 출근하면 경리에게 하는 첫인사가 어제 경리아가씨 꿈 꿨다고 꿈에 대해 말해줄테니

언제 차나 한잔 하자는 쌍팔년도식 작업을 시도 때도 없이 하곤 했는데 그런 걸 받아 준 경리가

있었는지 시설인이 로또 당첨보다 더 힘들다는 결혼도 하였다

혈혈단신 브랄 두쪽만 차고 올라 와 15년만에 집도 사고 장가도 가고 직장에서도 자리 잡은

최풍 씨는 진정한 이 시대의 도사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