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이야기

병풍치던 시절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engel1111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822회 등록일 -1-11-30 00:00

본문

1997년도 내가 시설을 처음 접하던 시기였다

첫 근무장소는 오백세대 임대아파트 모공사가 지은 아파트였다

소장이란 인간은 대령 예편한 낙하산 소장이었다

군대에서 짭밥이 굵어서 그런지 기사들을 병사 다루듯 했다

출근하면 우리 기사들은 항상 관리사무실에 올라가 일렬종대로 소장이 결제하시는 동안

서 있었는데 우리는 이 짓을 병푼친다라고 했다

그 모습이 병풍이랑 굉장히 비슷해서였다

첫 출근 인사도 언능 병풍치러 가자구요 였다

소장 책상 옆에는 야구방망이와 지휘봉이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었다

직접적으로 맞아 본 적은 없었지만 위협은 몇번 당했다

작업 중 실수를 했거나 근무 중 잠시 이탈해서 걸리면 소장은 빠따를 휘두르면서 위협을 가하곤 했다

맞지는 않았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상당한 위협이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위협은 소장이 아니라 경리한테 당했다

서른이 훌쩍 넘어 시집을 못간 폭탄경리였는데 히스테리가 심한 날에는 기사들에게 폭언을

서슴치 않는 답이 안나오는 스타일이었다

언젠가 한번은 소장이 오기전 병풍을 치면서 기사들이랑 이런저런 말을 하다 순간 웃음이 터져서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는데 경리가 벌떡 일어 서두만 우리들을 쏘아 보며 씨부리는 말이

아침부터 기분도 안 좋은데 뭐가 좋다고 히히덕 거리냐며 닥치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
머리를 쥐어 뜯는게 아니던가..그때의 황당홤이란..

그렇게 이상한 관리소를 2년 넘게 다녔다

가끔 병풍치던 시절이 그리워 진다

그래도 그때는 재미있는 일도 많았었는데..

지하벙커에서 다방에 커피도 시켜 먹고 오후에는 비디오 빌려 보고 몇푼 안되는 월급타면

동료 기사들이랑 뿜빠이 해서 동네 빨간집 가서 맥주 한짝 시켜 놓고 술도 마시고 잘 놀았다

아마도 이팔 청춘이라 그랬는가 보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7년이란 세월이 흘러 버렸네..

지금은 걱정거리만 한보따리 남은 서푼짜리 인생이 되어 버렸구나

오전에 450세대 정도 되는 오피스텔 면접을 보러 갔는데 느낌이 상당히 안 좋았다

소장을 딱 보니 17년전 야구 방망이 휘두르던 소장이랑 스타일이 붕어빵이었다

이건 무슨 평행이론도 아니고..

내가 시험 보러 왔던가 사람을 테스트 하네..

A4 용지를 책상 위에 딱 놓고 급수모터의 동작 원리를 그려 보라는게 아닌가

대충 아는데로 그렸더니 피식 웃는게 완전히 비웃는 거 같았다

속으로 이런 젠장 또 텃구나 직감하고

대충 면접 보고 나왔다

면접 보러 다니면 아주 가끔 이런 식으로 사람을 테스트 하는 엿같은 곳이 걸리는데

젠장할 오늘이 그날이네

가뜩이나 거지 인생인데 택시비만 날려 버렸네..

돈 세전165만원 주면서 기술사를 뽑을려고 하는구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