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쓸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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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무지 추웠지유.
춥고 눈도 많이 오고, 근데 문제는 경비초소가 두 개인데
그나마 경비초소 하나는 관리소와 가깝다는 이유로 폐쇄되었고
정문에 차량차단기가 있는 곳 옆에 경비초소만 운영하는 곳이었죠.
그러다보니, 경비원은 하루종일 셔터올릴라, 출입문현관 열어달라는 벨에 단추를 눌러 주랴
옴싹달싹을 못했죠.
단지는 또 얼마나 넓은지. 500 세대 평수는 36평이나 되는데, 경비원은 달랑 한 명
그러니, 눈이 오면 밤에는 당직기사는 죽어 났겠죠.
그 날도 열심히 눈을 쓸었어요.
여소장은 검침수당으로 자기 점심사먹고, 달랑 라면 한 박스에 커피 한 박스주고
'우리는 한 달에 라면 한 박스 커피 드려요.' 립서비스에 눈에 신발이 젖을까, 옷에 묻을까
정시되면.. 하하호호... 히히키키.. 하고 나가 버리고
그럼 배가 고프죠. 고픈 배를 주려잡고, 관리소에서 택배까지 받아주다보니.
택배받느라 옴싹달싹 못하고, 눈은 쓸어야겠으니, 슈퍼맨이 되어야하죠.
눈쓸다 착신전화오면 달려가서 관리소 문열고 택배 내주고, 다시 눈쓸러가고
밤새도록 그 넓은 단지를 배를 부여잡고 박박 쓸었어요.
기진맥진해서, 관리소로 돌아오니 자정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잠시 쉴려고 하는데, 술좀 드신 입주민이 똥개 한마리를 졸졸 끌고 와서
툭 내뱉는 말이... ' 눈 내리는데 눈 안쓸고 뭐하느냐 ' 는 것이었죠.
방금까지 눈쓸다 와서 지치고 피곤해서 잠시 쉬고 있는 사람에게 연신 꾸짖는 표정으로
성질이 나면 소리라고 지르고 싶은데, 배가 고프고 손발이 후달리니 멍해지더군요.
그래서 또 쓸었어요.
쓸고나서 지하주차장입구에다가는 염화칼슘을 쫘악 뿌렸지요.
거진 다 쓸고 있는데, 다행히 눈발도 약해졌고 관리소로 오는데 그 양반이 똥개를 부여잡고
종종걸음으로 걸어 오더군요..
그리고 그러더군요.
' 눈 오는데 쓸면 되나.. 눈 그치면 쓸지.. ㅉㅉㅉㅉ '
뒷통수다가 짱돌이 든 눈뭉치를 냅다 던져 버리고 싶었어요..
그래도 참았어요..
쉼터도 없이 관리소 옆 엠디에프실에 라꾸라꾸를 깔고 시끄러운 붕붕소리에 피곤한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하니 젠장 또 눈이 내리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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