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이야기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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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정윤재 쪽지보내기 마이홈 보기     댓글 0건 조회 1,309회 등록일 16-06-0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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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일산 모백화점에서 개잡부 영선으로 일을 한적이 있다

백화점 공용시설부에서 일했는데 한마디로 개잡부

백화점 시설부산하 시설부라고 해야 할까

드럽고 냄새나고 X같은일을 전담으로 하는 공용시설부였다

백화점 시설부는 교실만한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 쐬며 상황판만

쳐다 보고 우리들은 정화조,주차장,쓰레기분리수거장을 오가며 개뺑이를 쳤다

백화점 시설부 월급은 230만원..우리들은 160만원..그들도 용역..우리도 용역

용역도 다같은 용역이 아니었다

8개월을 그렇게 그들의 씨다바리를 하며 버텼다

틈날때마다 이 지옥같은 곳을 벗어나기 위해 구인공고를 이잡듯이 뒤지는게

여가생활이었다

그러던 중 눈갈에 확 들어오는 구인공고가 있었다

모장애인 시설..구인공고상에는 기숙사관리만 하면 된다고 했고

급여도 230만원..아무 기대도 안하고 이력서를 보냈다

이틀후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소장이 면접을 보고 싶다며 오라고 했다

일하는 날이었지만 월차를 내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갔다

소장은 데블을 좋게 봤는지 바로 합격을 때리고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라고 했다

나는 일사천리로 백화점에 사표를 던지고 꿈에 그리던 공용건물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첫출근 하는날 얼마나 가슴이 뿌듯했는지...

혹시나 열심히만 하면 공무원 공무직이 될수도 있겠다란 희망에 하루하루 벅찬 가슴으로 일을 했다

사람의 삶에 있어서 희망이란게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를 절감하게 하는 시절이었다

허나 나의 꿈은 일을 해나가면서 허황된 꿈이란걸 알게 되었다

입사 첫날부터 보도블럭을 갈아 엎는 대공사가 시작되었다

어제만 해도 고요하고 평화스러웠던 건물이 하루아침에 공사판이 되었다

공사는 외주를 주고 했지만 실상 뺑이 치는 몫은 시설이었다

외부에 있었던 에어컨 실외기 수십대를 일일히 다 철거를 해야 했다

아침부터 퇴근 시간까지 한여름 뙤약볕을 맞아가며 하루 진종일 철거일을 했다

그래도 월급이 230인데 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근 일주일을 그렇게 노가다을 하고 난후 이젠 좀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겠지 했는데

그건 나만의 소망이었다

아침마다 출근을 하면 시설사무실 앞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장비가 항상 놓여 있었다

외부청소용 물청소탱크 장비였다..호스를 이용해 물을 건물에 쏘아대서 청소를

하는 그런 장비였다..수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데블이 175에 85키로의 건장한

체격에 평소 바디빌딩을 해서 힘하나는 자신 있었지만 호스의 엄청난 수압 앞에선

당해낼 제간이 없었다..처음 만져 보는 장비에 물벼락을 맞아가며 건물 두동을

하루종일 청소를 해야 했다

공무원들은 물이라도 맞을까봐 멀직히 떨어진 곳에서 데블의 뺑이 치는 모습이

재미있는 듯 씩씩 쪼개며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일을 하면서 이건 아닌데..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은 사무실 왁스청소를 하고..
어느날은 팀장이 관사로 이사를 온다고 해서 하루종일 입주청소에
이삿짐을 날라야 했다

백화점 공용시설부 개잡부 일이 싫어서 오게 된 곳이었는데
오히려 백화점보다 더한 개잡부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지옥같은 한달이 지나고 첫 월급을 받게 되었다

돈이 뭔지..세금떼고 210여만원 가까이 통장에 꼿히는데

그동안의 뺑이 쳤던게 눈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이제 앞으로 좋은일만 생기겠지 다시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바램일뿐 데블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상황이

계속 발생 하는데...

데블을 관리하는 갑사 공무원은 외팔이었다

원래 경비일을 하던 놈이었는데 공무중 사고로 한쪽 팔이 날라가 특채로

운종게 공무원 공무직이 된놈이었다

꼬장꼬장한 스타일에 알콜중독자..

휴일에 낚시가서 잡아 온 잉어를 지하벙커에 가지고 와서 요리를 해서

이슬이랑 같이 쳐먹고 가곤 했다

외팔이랑 친한 공무원들 몇명을 항상 불러서 같이 쳐먹고 가곤 했다

엄청난 설겆이 거리가 산처럼 쌓이기 일쑤였다

자연스럽게 막내인 내가 설겆이 담당이었다

낮에 녹초가 되서 일하고 저녁에는 외팔이의 주방식모 노릇까지..

자연스레 자괴감이 밀려 왔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그렇게 3개월을 공무직 공무원들의 개로 살아갈 때쯤..

날벼락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아침에 출근 하는데 어제부로 업체가 바뀌었고 데블 너만 고용승계가 안됐다고

지금 그냥 집에 가면 된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소장...

오함마로 대갈통을 대차게 맞은 X같은 기분...

인간이 너무 황당한 일을 당하면 오히려 무감각 해진다는걸 그때서야 알았고

여자들이 강간 당할때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란걸 느낄 수 있었다

충격으로아무 말없이 한참을 걸었다

한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원래 시설은 이런 곳인가
아니면 세상이 잘못 된건가

몇일이 지나도 쉽사리 충격은 가시질 않았다

정신을 차릴때쯤 외팔이 새끼한테만큼은 복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저녁때마다 잉어에 이슬이 두세병을 쳐마시고 본인 자가용을 직접 몰고 가는

외팔이의 습관을 알고 있어서 기회를 잡고 디데이날 외팔이 동선과 집을 파악한 후

20만원에 전담 택시를 사서 외팔이의 음주운전을 경찰에 신고하는 작은 복수를 성공했다

면허취소가 됐는지 정지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수백만원의 벌금은 나왔으리라 생각된다

그래봐야 백분지 일 천분지 일밖에 분이 안풀리지만 그렇게라도 안하면 미쳐버릴것 같았다

2년이 흐른 지금..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항상 기도한다

앞으로는 제발 그런 곳이 걸리게 하지 말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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